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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종교 본능(마음이론은 어떻게 신을 창조하였는가)
저자: 제시 베링(Jesse Bering)
역자: 김태희, 이윤
출판사: 필로소픽
출간일: 2012.04.02
원제: (The)belief instinct : the psychology of souls, destiny, and the meaning of life
페이지: 312 
판형: A5, 148*210mm


|책 소개|
참을 수 없는 종교라는 본능
-2011년 최고의 심리학서 11권-
-미국도서관협회 2011년 추천도서 25선-

인간은 왜 끊임없이 종교, 신, 영혼, 내세, 운명 등을 믿으려 할까? 문화와 교육의 산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뿌리 깊지 않은가? 혹시 그것은 생물학적 본능이 아닐까? 이 책은 마음이론과 진화심리학을 통해 종교 본능의 메커니즘을 해부한다.

마음이론(theory of mind)이란 타인의 마음을 추론하는 인간에게만 고유한 능력이다. 저자는 인류가 마음이론을 획득함으로써 타인의 의도, 목적을 추론하여 예측하고 설명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공동체 속에서 진화적 적응력을 높일 수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이론의 목적론적 인식 구조를 자연세계에 투사함으로써 반사회적 행동을 억제하는 장치로서 초월적 감시자인 신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즉 신이라는 개념은 생존에 유리했기에 자연선택된 마음이론의 부산물, 다시 말해 ‘적응적 환상’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문학, 영화, 음악 사례가 녹아 있는 이 책은 재기 넘치는 문장 속에 마음이론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인지심리학 분야의 최신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진화생물학, 심리학, 철학을 가로지르며 종교와 인간 마음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하는 책.

※ ‘나와 세계 그리고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Meaning of Life 시리즈> 제6권.


|출판사 서평|
우리가 종교에 끌리는 것은 그렇게 진화했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대표적 무신론자 리처드 도킨스는 신이나 인생의 의미에 대한 질문이 대답할 가치가 없는 질문이며, 종교란 문화와 교육에 의한 미신의 주입이라고 말했다. 종교 자체는 진화적 차원에서 생물학적 기능이 전혀 없으며 진화가 덜 된 뇌의 산물일 뿐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2005년 미국의 종교 전문 사이트 어드히런츠(adherents.com)는 전 세계 인구의 약 84%가 종교를 믿고 있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도킨스가 옳다면 왜 인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 영혼, 내세, 운명, 인생의 목적 같은 종교적 개념에 매달리고 있을까? 생후 19개월에 청각 및 시각장애인이 된 헬렌 켈러도 어린 시절 “누가 하늘을, 바다를, 이 모든 것을 만들었지?”라고 자문했다고 한다. 사회, 문화적으로 종교에 노출되지 않은 어린아이들조차 자연스럽게 창조론적 방식으로 사고하는 것은 어째서일까? 우리에게는 믿음 본능 같은 것이 초기값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도킨스식 논리로는 설명이 안 되는 이러한 본능에 대해, 이 책의 저자 제시 베링은 색다른 방식의 설명을 제시한다. 바로 마음이론(theory of mind)이라는 심리학적 접근이다.


마음이론이란 무엇인가

심리학자 니컬러스 험프리는 인간이 이 지구에서 유일하게 ‘타인의 마음’을 숙고할 수 있는 종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처음 인식했다. 마음이론이란 타인에게도 자신과 같은 마음이 있다고 추론하는 능력이다. 타인의 마음은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없고 만질 수도 없으며 무게를 잴 수도 없다. 다만 타인을 관찰한 후 추론하고 예측할 뿐이다.

저자는 인간이 마음이론을 가진 유일무이한 종이며, 마음이론이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 짓는 큰 특성이라고 말한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유인원조차 언어와 도구를 사용할 수는 있어도 다른 유인원의 마음을 추론하지는 못한다. 인간만이 마음이론이 있어 자신을 감시하고 관찰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타인에 대한 심리적 지각을 가질 수 있다. 마음이론이 없다면 우리의 눈에 다른 사람은 뇌가 없는 좀비처럼 보일 것이다. 

인간이 마음이론을 진화시킨 것은 무엇보다 커다란 생존 가치가 있기 때문이었다. 공동체 생활을 하는 우리 조상에게 가장 중요하고도 위험한 존재는 바로 함께 사는 타인들이었다. 마음이론을 통해 상대방의 번득이는 눈 뒤의 마음을 읽어내고, 타인의 행위를 그가 가진 믿음, 욕망, 의도 같은 지향적 태도로 추론하고 설명하고 예측하는 것은 진화적 적응성을 크게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마음이론을 진화시킨 개체는 공동체 내에서 협력자를 얻고, 경쟁자를 은밀하게 기만하는 심리전술을 펼침으로써 생존과 번식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마음이론이 밝힌 신의 탄생 비밀

그런데 이러한 마음이론이 너무 유용한 나머지 인간은 신경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따라서 마음이 없는 대상에까지 마음이론을 ‘과잉’ 적용하게 되었다. 우리는 마음이론을 통해 타인을 몸 이상의 존재로 본다. 마찬가지로 자연현상도 자연현상 이상으로 보게 된 것이다. 예컨대 우리는 컴퓨터가 고장 나거나 자동차 타이어가 구멍 났을 때, 마치 기계가 마음이나 의도를 가지고 행동한 것처럼 욕을 퍼붓는다(“이런 멍청한 컴퓨터 같으니!”). 또한 과학적으로 인간의 탄생 비밀이 밝혀져서 신비로울 것이 전혀 없는데도, 우리의 마음이론은 과학적 설명에 만족하지 못하고 인생의 목적과 의미를 찾아 헤맨다. 마음이론의 지배를 받는 우리의 뇌는 인과적 설명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목적과 의도가 담긴 설명이어야 납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적론적 추론의 정점에 신이 있다. 신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우주와 인간을 창조했고, 인간을 지켜보며 평가하고, 자연현상이라는 신호를 통해 우리와 의사소통하며, 내세에서 상벌을 내리는 존재로 간주된다. 신을 둘러싼 신학적 장식물과 전 세계 종교의 문화적 특수성을 제거하고 볼 때, 신은 감정과 목적과 의도를 가진 존재, 즉 거대한 ‘다른 마음’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신이란 마음이론을 갖추게 된 우리의 진화된 뇌가 목적론적 인식 구조를 세계로 투사함으로써 나타난 환상일 뿐이다. 인간만의 유일무이한 인지적 진화가 우리로 하여금 가장 위대한 마음인 신을 믿도록 우리를 속인 것이다.


신은 적응적 환상이다

신 관념이 단지 마음이론이 범주 오류를 일으켜서 발생한 환상이라면 왜 그토록 오랜 세월 모든 문화에 걸쳐 사람들은 신을 믿어왔을까? 신 관념이 진화적으로 생존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해석이다. 인류의 뇌에는 마음이론이 진화하기 전에 가졌던 충동적, 쾌락적 욕망이 여전히 깔려 있다. 우리의 조상이 그러한 파괴적 충동을 분출했을 때, 누군가 그것을 목격했다면 그 소식은 좁은 공동체 사회에서 금세 전파되었을 것이다. 그 조상은 처벌이나 추방의 위험에 놓이고 생존과 생식의 성공 확률도 떨어졌을 것이다. 이때 만물을 주재하고 인간 개개인을 관찰하며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대타자(The Big Other)로서의 신에 대한 심리적 지각은 충동적 행위를 삼가게 하는 기능을 하고, 이는 공동체에서 개체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것이 인류가 반사회적 행동을 억제하는 장치로서 마음과 의도를 가진 초월적 감시자, 즉 신을 요구하게 된 배경이다. 볼테르의 표현을 빌리면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신을 발명”해야 했던 이유다.

신에 대한 관념은 특히 나쁜 일이 닥쳤을 때 떨치기 어렵다. 2004년 인도네시아에 쓰나미가 닥쳤을 때 많은 사람은 이를 어떤 ‘신호’로 받아들였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북미 해안을 덮쳤을 때 뉴올리언스 시장은 그것이 ‘신의 진노’라고 말했다. 우리 뇌에 깔린 마음이론이라는 인지 소프트웨어 때문에 우연적 자연현상에서도 마음과 의도를 가진 초자연적 행위자의 메시지를 읽으려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신 관념은 마음이론의 다른 부산물들과 결합되어 종교로 이어진다.
모든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인간에게 불멸하는 영혼이 있다는 생각과 죽은 후에 가게 되는 내세가 있다는 사고 또한 마음이론의 부산물이다. 특히 종교 및 교육 배경이 없는 어린아이들조차 이런 방식으로 사고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로 발견되었다. 이에 대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무(無)를 의식하는 것은 진화적 생존 가치가 없었기에 우리의 의식은 사후세계 즉 무의 세계를 상상하도록 진화하지 못했다. 죽음 혹은 소멸을 의식적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없으므로 자연적으로 인간의 영혼이 내세에 영속한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신, 영혼 불멸, 내세 등의 종교 개념들이 ‘적응적 환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과거 인류의 생존에 유리했기에 자연선택된 마음이론에서 이러한 부산물들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종교를 ‘근절’하려는 시도는 과학 교육으로는 불가능하며 오직 뇌수술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신, 내세, 영혼, 불멸, 인생의 의미에 대한 진화심리학의 대답

● 사람들은 왜 연예인의 동정 기사에 관심이 많을까?
● 진화론의 인과적 설명보다 창조론의 목적론적 설명이 더 그럴듯해 보이는 이유는?
● 우리는 왜 우연적 사건에서 신이나 죽은 조상이 보내는 신호를 찾으려 할까?
● 왜 무신론자도 큰 병에 걸리면 믿지도 않는 신을 찾게 되는 걸까?
●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만은 불멸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이유는?
● 왜 사람들은 거대한 자연 재해 앞에서 우리의 죄에 대한 신의 노여움을 읽어내는 것일까?
●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 신을 원망하게 되는 이유는?
● 우리는 왜 결말이 흐지부지한 영화에 화를 낼까?
● 영혼은 우리가 죽은 후에도 소멸하지 않고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저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묻는 이러한 질문들에 마음이론을 적용해 답변한다. 마음이론에 진화론을 적용했을 뿐인데, 여기에서 신이 나오고 영혼, 불멸, 내세가 나오고 인생의 목적과 의미가 나온다. 게다가 도덕과 윤리까지 설명된다. 가히 인간판 ‘만물의 이론’이라 부를 만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익히 알려진 다윈 진화론의 기반 위에 인지과학 및 심리철학 분야의 선구자 대니얼 데닛과 앨리슨 고프닉의 논의를 인용하면서 주장을 뒷받침한다. 국내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여러 심리학자의 최신 연구 결과들은 물론 도스토옙스키, 밀란 쿤데라, 앙드레 지드, 사르트르의 소설과 <존 말코비치 되기>, <다우트>, <소프라노스> 같은 영화나 드라마 사례를 적재적소에 등장시키며 이해를 돕는다. 진화생물학, 심리학, 철학을 가로지르며 재기 넘치는 문장 속에 마음이론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흥미롭게 풀어낸 책.


|추천사|
“베링은 진지한 과학적 엄밀성을 담아 사회신학적 맥락 속에서 인생의 목적부터 내세 개념까지 인간 정신의 중심 교리를 살펴본다.”
– 《애틀랜틱》(2011년 최고의 심리학서 11권)

“리처드 도킨스 같은 이들이 미처 이르지 못했던 경지의 설득력과 즐거움을 성취한 책.”
– 미국도서관협회(2011년 추천도서 25선)

“민감한 주제에 대해 균형 잡히고 사려 깊게 접근하는 책.” 
– 《네이처》

“제시 베링은 사례와 비유를 들어 만만치 않은 과학적 통찰을 마치 상식처럼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논증한다.” 
– 《뉴사이언티스트》

“베링은 진화생물학, 심리학, 철학의 관심사들을 가로지르며 믿음에 관한 훌륭한 과학을 제시한다.” 
– 《커커스 리뷰》

“심리학, 철학, 대중문화를 자유롭게 오가는 화려한 탐색.” 
– 《뉴휴머니스트》


|저자 소개|
지은이_제시 베링 Jesse Bering
솔직하고 재치 있는 글쓰기로 유명한 심리학자.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아칸소 대학교 부교수와 퀸스 대학교 벨파스트의 부교수 및 인지문화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웰스 대학교 상근연구자로 강의 및 집필 활동 중이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성 문제 등 민감한 사안들을 기탄없이 풀어내어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왔다. 2009년부터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에 기고하고 있는 칼럼은 2010년 인터넷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웨비상(Webby Awards) 본상후보에 올랐으며, 이 밖에도 《슬레이트(Slate)》, 《가디언(The Guardian)》 등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2010년에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로부터 올해의 과학자상을 받기도 했다. 첫 대중 저서인 《종교 본능》은 세계 9개국에 번역 출간되었으며 《페니스는 왜 이런 모양으로 생겼을까?》, 《이상 성욕의 놀라운 과학》 등이 출간 예정이다.

옮긴이_김태희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본 대학교에서 철학, 독문학, 독어학을 공부한 후 철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학교에서 에드문트 후설의 현상학에 대한 연구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희대, 서울대, 한신대 등에서 현대 서양사상, 윤리학, 현상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축구란 무엇인가》, 《생각 없이 살기》, 《생활 속 수학의 기적》, 《자동차의 역사》, 《자원전쟁》, 《시간 추적자들》, 《인간이라는 야수》, 《정당하게 이기기 위한 대화 교본》, 《사회연대의 이론과 실천》, 《젠틀러닝》, 《행복부터 가르쳐라》,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마음의 병 23가지》, 《우리의 어머니, 마더 데레사》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옮긴이_이윤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워싱턴 주립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개인 기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삶의 의미를 주제로 공부하면서 틈틈이 관련 도서들을 번역, 집필하고 있다. 저서로 《굿바이 카뮈》가 있고 《빅 퀘스천》, 《종교 본능》 등을 공역했다.


|책 속에서|
“평화로운 계곡에서 즐거운 소풍을 즐기는 한 젊은 가족을 상상해보자. 새들이 지저귀고, 태양이 빛나고, 기분 좋은 바람이 분다. 긍정이 가득한 전원 풍경이다. 그런데 계곡 상류의 한 댐 노동자가 가족의 행복을 질투하여 악의를 품고 갑자기 수위를 높인다. 가족 전체가(애완견을 포함하여) 그날 계곡에서 익사하고 만다. 신이 그 가족을 익사하게 만들었는가?”

그레이와 웨그너의 연구에서 이 이야기를 읽은 대부분의 참가자는 “물론 아니지. 그 댐 노동자가 한 짓이지, 바보야”라고 답했다. 그러나 저자들이 인간 행위자를 제거하면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난다. 참가자의 절반은 댐 노동자가 없는 같은 이야기를 읽는다. 즉 수위가 갑자기 높아져 가족이 익사했다는 것만 듣는다. 그러면 예상대로 이들은 ‘댐 노동자’ 조건이 있는 경우에 비해 사건을 신의 책임으로 돌린다. 게다가 참가자들은 오직 그 가족이 익사한 경우에만 이렇게 추론한다. 반면‘도덕적 해악’이 없는 경우(점심은 망쳤지만 가족은 무사한 경우) 신은 비난받지 않는다. (184~185쪽)

매우 지적이고 명석한 내 친구는 참혹한 교통사고로 남동생을 잃었다. 한 해가 지난 후 친구는 갑자기 어디를 가든지 개구리가 나타난다고 내게 털어놓았다. 친구는 동생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보내는 일종의 신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생은 생전에 개구리를 아주 좋아했던 것이다. 나 역시 미신을 믿지는 않지만, 한번은 새로 사려는 집에 기분 좋게 들어설 때 거실 바닥에 큼지막한 까마귀 주검이 떡하니 놓여 있는 것을 목격하고는 순간적으로 그 집 구매를 망설였던 적이 있다. (130쪽)

사실 유일한 진짜 미스터리는 도대체 왜 우리는 ‘모든 것이 끝났을 때’우리가 가게 될 곳이 어디냐의 문제가 미스터리라고 그토록 확신하고 있는가이다. (…) 모든 문화에서 사람들은 어떤 종류든 내세를 믿고 있다. 아니면 최소한 죽은 다음 마음이 어떻게 되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이 분야에 대한 심리학적 조사를 통해, 이러한 비논리적인 믿음이 종교에서 비롯되거나 죽음의 공포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마음이론의 불가피한 부산물이라고 믿게 되었다. (154~155쪽)

켈레먼과 동료들에 따르면, 7세에서 8세 아이들에게 산이 왜 있냐고 물으면 그 부모가 종교가 있건 없건 막론하고, 압도적인 다수가 기계론적이거나 물리적 인과 설명(“화산이 식어서 덩어리가 되었다”)보다는 목적기능 설명(“동물들이 오를 곳을 주기 위해서”)을 내놓는다. 4학년이나 5학년쯤 되어야 비로소 이런 잘못된 목적기능 설명을 포기하고 올바른 과학적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84쪽)

5세에서 7세 사이의 아이들에게 어떤 동물 종에 속하는 첫 개체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물으면, 부모의 믿음에는 무관하게 그리고 종교적 학교를 다녔는지 일반 학교를 다녔는지에도 무관하게 아이들은 자연발생론 대답(“거기 그냥 태어났어요”)이나 창조론 대답(“하나님이 만들었어요”)을 내놓는다. 그러나 8세가 되면 성장배경이 비종교적이건 종교적이건 막론하고, 거의 모두 창조론 대답을 내놓는다. 보통은 “하나님이 만들었어요”라는 뻔한 대답이다. (99쪽)

예를 들어 내가 오줌싸개 어른이라거나, 특히 악성 임질에 걸렸다거나, 매주 금요일 밤 어린이 경주용차 파자마를 입은 채 80년대 TV 시리즈 <나이트 라이더> 재방송을 즐겨 본다는 것을 당신이 단순히 알게 되었다면, 약간 당황스럽긴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자체로는 내가 당신한테 이것을 숨겨야 한다고 노심초사하게 만드는 데 충분하지는 않다. 사실 나의 개는 이러한 모습을 보고 따라서 안다. 하지만 그것은 별로 당황스러운 일이 아니다. 당신이 나에 대해 이러한 거북한(혹시나 해서 덧붙이자면 ‘가상적’인) 사실을 안다는 것이 나를 조금 불편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당신의 앎을 개의 앎과 다르게 만들고 이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적 정보를 당신과 공유하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225쪽)

언어 진화와 더불어, 행동 억제의 중요성이 우리 선조들에게 최고의 권위를 가지게 되었다. 이제 자기 행동에 대해서, 그 자리에 없던 제3자들이 그 일이 일어난 후 며칠 후, 심지어 몇 주일 후에 알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 조상들이 유혹에 맞서서 이기적 욕망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그러한 반사회적 행동을 단 한 사람이라도 목격한다면, 그들의 평판(그리고 따라서 생식에 있어서의 이익)은 어이없게 무너진다. 신이 우리를 지적으로 설계하고 감시하고 알고 있으며 우리의 의도와 행동을 적극적으로 처벌하고 보상한다고 은밀하게 지각했다면, 우리 조상들은 비도덕적 행동의 빈도 및 강도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자연선택이 강력하게 선호하는 것이다. 신이나 신과 유사한 다른 초자연적 행위자들은 꼭 정말 존재하지 않더라도 그러한 바람직한 유전자 구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21쪽)


|목차| 
서문

1 환영의 역사
2 목적 없는 삶
3 신호, 신호, 어디에나 신호들
4 이상한 불멸
5 신이 사람들을 다리 밑으로 던져버릴 때
6 적응적 환상으로서의 신
7 그리고 당신은 죽는다

감사의 말
더 읽을 거리
옮긴이 후기 - 참을 수 없는 종교라는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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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신은 달걀에서 나왔다. 적어도 내게 신은 그렇게 왔다. 오해하지 마시길. 아주 멋진 달걀이었으니. 더 자세히 묘사한다면, 파베르제 달걀(보석 세공의 거장 카를 구스타포비치 파베르제가 러시아 황제 주문으로 만든 한정판 부활절 보석 달걀 - 옮긴이) 모조품이었고, 화려한 동방풍 정경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이제 이야기하려는 일화가 일어나기 약 20여 년 전, 유럽 대륙 어디에서인가 성마른 암탉 한 마리가 자기가 낳은 이 달걀을 옆으로 밀어 놓았다. 다재다능한 어느 예술가가 이 달걀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바늘로 구멍을 내고 노른자위를 빼냈다. 예술가는 긴 시간 동안 공들여 아시아 사회의 전형적 정경을 정교하게 그렸다. 이 키치 예술가는 고만고만한 물건들과 함께 이 달걀도 동네 기념품 상점에 내다 팔았다. 상점 주인은 골목에 있는 가게 진열장에 조심스레 달걀을 진열했다. 독일에서 온 한 여자아이는 이 달걀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달걀이 너무 탐났던 아이는 그것을 샀고, 독일 슈바르츠발트 근교에 있는 자기 집에서 달걀을 감상하며 감탄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얼마쯤 지났을까, 그녀는 얇은 종이로 달걀을 몇 겹이나 싸서 가방에 넣었다. 달걀이 깨지지 않고 무사히 도착하기를 기도하면서, 미군 남편과 함께 살 미국의 중산층 마을을 향해 대서양을 건넜다. 수수한 새 집 거실에서, 자기가 가져온 로맨스 소설들이나 자질구레한 장식품들로 꽉 찬 책장의 아늑한 구석에 달걀을 놓고 미니어처 진열대로 받쳐놓았다. 일 년쯤 지나서 아들 피터를 낳았고, 아들은 나중에 길 건너 사는 사내아이와 친해졌다. 이 사내아이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귀찮게 했던 동생이 바로 나였다. 그 무렵 일곱 살이던 나는 어느 여름날 오후에 이 독일 여인의 거실에 들어가 달걀을 보았고 그 진기한 물건에 넋을 잃고 만지작거리다가 아차 하는 순간 깨뜨려버린 것이다. 

아무도 이 사고를 목격하지 못했기에, 깨진 골동품을 황망하게 제자리에 놓고 깨진 부분이 잘 보이지 않도록 돌려놓았다. 그리고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행동했다. 아니, 거의 그렇게 행동했다. 일주일이 지나 피터가 우리 형에게 그 범죄가 발각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엿들었다. 피터에 따르면, 자기 어머니는 애지중지하는 달걀이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진 경위에 대해 몇 가지 가설을 내놓았단다. 그중 한 가지 가설은 아주 정확했다. 바로 내가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당혹스러운 결론이었다. 그 엄격한 독일 부인은 부아가 치밀어 (처음에는 그저 넌지시 비추기만 했지만, 나중에는 심하게 꾸중을 하면서) 이 시나리오를 용의주도하게 내게 들이밀었다. 나는 잽싸게 죄를 부인했다. 그러고는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터무니없는 짓을 했다. 그러지 않았다고 하나님께 맹세한 것이다. 

                                                                                                                             


이 일에 대해 한번 살펴보자. 아이는 그야말로 막다른 골목에 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는 반짝이는 달걀을 남몰래 깨뜨렸다. 주인인 아주머니는 사실 조금 지나칠 만큼 달걀에 빠져 있었기에, 아이는 실토하지 못했다. 혼날까 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마침내 무죄를 강력히 주장하면서 거짓 증인으로 하나님을 불러왔다. 물론 이것이 금세기 최대의 악행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 내가 보기에 그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 저지를 수 있는 최대 악행에 다름없었다. 자기 변호를 위해 감히 하나님을 끌어들인다는 일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아무도 거기에 대해 다시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몇 주일 지나고 난 후 나는 잠을 잘 못 자게 되었고 입맛을 잃었다. 며칠 후 가시에 찔렸을 때도 하나님이 화가 나셨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묻지 않으셨는데도 하마터면 다 털어놓을 뻔했다. 나는 하나님 발밑에 엎드려 징징 짜는 역겨운 개와 같았다. 저를 하나님 마음대로 하세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처럼 신이 내게 실망해서 벌을 내릴 수도 있다는 압도적 두려움은 우리 부모님으로부터 배운 것은 명백히 아니었다. 물론 적지 않은 부모들이 자식에게 그런 것을 가르치곤 한다. 당신이 미국 한가운데에서 복음주의에 의해 길러지는 아이들에 대한 조금 언짢은 다큐멘터리 영화 <지저스 캠프>(2006)를 보았다면, 아니면 샘 해리스의 책《종교의 종말》(2004)을 읽었다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집에는 성경도 없었다. 나는 그 전에‘죄’라는 단어를 들은 적도 없었을 것이다. 그 전에 종교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꼭 한 번 듣기는 했다. 어머니는 기독교 신앙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설명했다. 나를 복음주의 기독교에 대해 면역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유대인인 어머니가 어릴 때, 극성 가톨릭 신자인 아이들이 어머니를 붙들어놓고 머리카락을 조사했다고 한다. 그 아이들 부모가 유대인에게는 악마 뿔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머니도‘세속적 유대인(혈통으로는 유대인이지만 유대교인은 아닌 사람 - 옮긴이)’일뿐이었고, 아버지는 기껏해야 회의적인 루터교인이었다.

여러 해가 지난 후 나는 10대 소년이 되었고 어머니는 암 판정을 받았다. 그때에도 나는 대뜸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어머니의 괴로움이 내가 저지른 속임수들(대부분의 10대들 행동보다 더 나쁘지도 않고 영원히 낙인찍힐 일은 더욱 아니었던)과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기라도 한 듯했다. 나의 영적 실재가 악하다는 느낌이 솟구쳤다. 하나님이 나를 선택해서 내게 맞는 벌을 내리려 한다는 느낌이었다.

중요한 점은 당시 그런 생각들에 대해 내가 결코 동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사실 하나님을 믿지도 않았다. 어머니의 위중한 병에 대해 논리적이고 생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만일 당신이 어머니 건강 악화가 나나 어머니의 내밀한 도덕적 죄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고 넌지시 비추기라도 했다면, 내게는 지적인 구역질반사(입안의 특정 부분을 건드리면 구역질을 일으키는 반사작용 - 옮긴이)가 일어났을 것이다. 나는 당신 같은 사람이 어머니가 조심하라고 했던 사람이라며 멀리했을 것이다. 실로 나는 합리적 의식 수준에‘하나님은 정말 나를 싫어해’라는 정서가 떠오르자마자 그 정서를 떨쳐버렸다. 하지만 적어도 그런 정서가 마음속에 있었음은 오해가 아니었고, 그 정서는 몇 차례의 기묘한 순간에는 호각 소리처럼 명료했다.

신이 마피아와 기묘하게 닮았다는 인상을 받은 것은 이 무렵이었다. 신은 우리에게‘보호’를 제공하면서 해치지 않겠다고(또는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우리가 도덕이라는 화폐로 그 값을 지불하는 한 말이다. 하지만 마피아가 망치로 정강이를 내려치거나 야구방망이로 뒤통수를 갈기는 것과는 달리 신이 내리는 벌이라는 낙인은, 적어도 여기 지상에서는 분명히 상징적이다. 우리를 위해 주도면밀하게 마련된 잔인한 운명의 장난들이 끝없는 이어지는 식이다. 가령 손이 가시에 찔리거나, 주식이 금융시장의 저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거나, 뇌에 종양이 생기거나, 부인이 다른 남자를 찾아 나서거나, 발밑에서 지진이 일어나거나 등등. 신앙인들에게는 이런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여러 해가 지난 지금, 종교를 연구하는 무신론자이자 심리학자인 내게, 학문적 호기심을 여전히 자극하여 연구를 밀고 나가게 하는 핵심 동기가 하나 있다. 바로 신이 내리는 징벌에 대한, 언뜻 보기에 본능적인 나 자신의 두려움이다. 좀 더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신에 대한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이 세상 어디에서 이런 관념들이 생겨났는지 알고 싶었다. 이런 관념들이 정말 선천적innate일 수 있을까? ‘믿음 본능’ 같은 것이 있을까? 

                                                                                                                             


이 책에서 우리는 영혼, 사후의 삶, 운명, 의미 등 신에 대한 믿음과 연계된 여러 물음을 탐구하고, 이와 더불어 신에 대한 믿음이 선천적인가라는 물음을 탐구할 것이다. 아마 당신은 사람들이 어려운 시절에 왜 신에게 끌리는지에 대해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설명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으리라. 그러한 설명들은 거의 모두, 신이 인간의 정서적 행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전제에 기초하고 있다. 만일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한 친구에게, 조지아 주에 사는 베티 수 이모에게, 여기 북아일랜드의 내가 사는 작은 동네의 애완동물 상점 주인에게“왜 사람들은 신을 믿을까?”라고 묻는다면, 그들의 대답은 뻔하다.“뭐, 간단하지. 사람들에게 □이 필요하니까(이 괄호를 채워보라. ‘저기 바깥에 뭔가 큰 것이 있다고 느끼는 것’, ‘인생의 목적을 이해하는 것’, ‘종교에서 위안을 찾는 것’, ‘불확실성을 낮추는 것’, ‘믿을 수 있는 어떤 것’).”

이런 부류의 대답들이 완벽한 지적 파산 상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대답들은 질문을 회피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대답들은 완벽하게 순환적이기 때문이다. 저기 바깥에 뭔가 큰 것이 있다고 느끼는 것이 왜 필요한지, 아니면 목적을 이해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 등등에 대해서는 머리를 긁적일 뿐이다. 다른 동물들에게는 이런 실존적 필요가 있는가? 만일 그렇지 않다면 다른 동물들에게는 왜 이런 필요가 없는가?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면, 여기에서 우리 인간의 행동은 상당히 기이하다. 적어도 생물종들을 서로 비교하는 진화론 관점에서는 그렇다. 스페인 작가 미겔 데 우나무노는 이렇게 썼다.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 그리고 그와 유사한 종들은 인간을 연약하고 우유부단한 동물로 볼 것이 뻔하다. 인간이라는 종의 기이한 관습은 죽은 자들을 모아두는 것이다. 무엇을 위해서?


나는 대학원에 다닐 때 몇 년 동안 침팬지를 대상으로 하는 심리학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대상인 겨우 일곱 마리의 침팬지들은 아주 크고 삭막하고 따분한 생명의학 실험실에 살았다. 거기에는 (현생 동물 중 우리와 가장 가까운 근친 관계에 있는) 유인원 수백 마리가 대량 사육되고 있었다. 제약회사와의 계약에 의거한 침습성 실험을 받는 것이었다. 이 동물들이 고초를 겪는 장면들을 너무 많이 목격했던 나는 요즘은 마음을 어지럽히는 이런 이미지들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그때 나는 만일 인간이 이 침팬지들같이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다면, 분명 신에 대한 물음(특히 신은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기에 이런 잔학한 광대극을 허락하는 것일까라는 물음)을 마음속에 떠올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고통과 불행에 대한 반응으로 우리 두뇌는 이런‘왜’라는 물음을 즉각 분비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물음은 우리 개개인과 신이 맺은 어떤 암묵적인 도덕적 계약이 깨졌음을 함의한다. 그렇다면 이런 물음은 정확히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우리는 그런 물음을 묻는 것이 잘못이라고, 신은“그러실 분이 아니다”라고, 혹은 심지어 신은 없다고 확신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이런 생각은 애초에 무릎반사마냥 즉각 생겨난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서 생겨나는 것이다.

불행(그리고 행복)이 나타날 때, 우리 마음이 왜 신에게 끌리는지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인지과학의 최신 연구 성과들을 참조할 것이다. 종교를 연구하는 인지과학자들은 다른 모든 사고와 마찬가지로 종교적 사고도 때때로 오류를 범하는 뇌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인과관계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인과관계를 보는 것과 같은 미신적 사고는 덜 진화된 뇌의 산물이라고 묘사한다. 그러니까 이 분야에서 대다수 학자들이 종교를 우리 마음의 진화에 있어 우연적 부산물로 간주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이 학자들은 대개 종교적 사고 자체에는 적응을 위한 특별한 생물학적 기능이 없으며, 다만 종교를 여타의 심리적 적응의 찌꺼기로 여긴다(남자 젖꼭지가 인간 몸의 초기 설계도에서 남은 쓸모없는 찌꺼기인 것과 비슷하다). 마음의 다른 진화한 부분들이 우연히 뒤죽박죽되어버린 것이 신이다. 예컨대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만들어진 신》(2006)에서 취하는 입장이 이렇다.


종교를 어떤 다른 것의 부산물로 보는 생물학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나도 그중 하나이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특징(이 경우는 종교)은 아마 그 자체로서 생존을 위한 직접적 가치는 없을 것이고, 다만 그런 가치가 있는 다른 것의 부산물일 것이다. (…) 종교적 행동은 다른 상황이라면 유용하거나 한때 유용했던 마음의 근원적 성향의 불발탄이자 불행한 부산물일 것이다.


그러나 종교(특히 우리를 지켜보고 모든 것을 알고 반응하는 신이라는 관념)가 우리 선조의 생존과 생식에 있어 독특한 유용성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의 진화론적인 부산물 이론가들은 이런 가능성을 다소 성급하게 부정하는 것일 수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다른 진화적 적응과 마찬가지로, 신과 같은 초자연적 행위자agent들에 대한 관념 역시 과거 진화 과정에서 특정한 적응 문제를 해결했거나 최소한 유의미하게 다루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우선 믿음의 심리에 대해 점검한 후에 신(그리고 신과 같은 다른 존재들)이 인간 마음 안에서 ‘적응적 환상adaptive illusion’으로서 진화했을 가능성을 탐구할 것이다. 이 환영은 우리 조상들이 인간의 뒷공론human gossip이라는 독특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직접적 도움을 주었던 것이다.

언어 진화와 더불어, 행동 억제behavioral inhibition의 중요성이 우리 선조들에게 최고의 권위를 가지게 되었다. 이제 자기 행동에 대해서, 그 자리에 없던 제3자들이 그 일이 일어난 후 며칠 후, 심지어 몇 주일 후에 알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 조상들이 유혹에 맞서서 이기적 욕망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그러한 반사회적 행동을 단 한 사람이라도 목격한다면, 그들의 평판(그리고 따라서 생식에 있어서의 이익)은 어이없게 무너진다. 신이 우리를 지적으로 설계하고 감시하고 알고 있으며 우리의 의도와 행동을 적극적으로 처벌하고 보상한다고 은밀하게 지각했다면, 우리 조상들은 비도덕적 행동의 빈도 및 강도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자연선택이 강력하게 선호하는 것이다. 신이나 신과 유사한 다른 초자연적 행위자들은 꼭 정말 존재하지 않더라도 그러한 바람직한 유전자 구제gene-salvaging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살펴볼 마음의 선입견들 때문에 (오늘날에도 그러는 것처럼) 우리 조상들은 그런 행위자들이 정말로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최신 인지과학이 종교에 관련해 지니는, 종종 암묵적이지만 중요한 한 가지 전제가 있다. 그것은 우리가 아주 오랫동안 신 문제를 연구해 오면서 완전히 그릇된 길을 걸어왔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마 신 존재 문제는 철학자나 물리학자, 혹은 심지어 신학자보다도, 심리학자에게 더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성서는 일단 제쳐두도록 하자. 언어 습득의 기초적 인지 구조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동화가 어떤 특수한 서사적 플롯을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별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종교를 연구하는 인지과학자들도 종교 문헌에 들어 있는 환상적 우화들이 세부적으로 어떤 내용을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 대신에 우리는 믿음이 지닌 심리학적 뼈대를 발라내고 몇 가지 실존적 기초에 집중하고자 한다. 초자연적 존재를 지각하는 것은 마법 같은 것이 아니라, 분명히 유기적인 어떤 것이다. 즉 뇌의 기능이다.

미리 경고해야겠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을 꾹 참는 데 서투르기에, 이제 인생 최대의 관심사 중 몇 가지를 정면으로 언급하고자 한다. 당신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신이 정말 존재하는가? 당신이 여기 존재하는 특별한 이유가 정말 있는가? 당신이 죽은 후에도 당신 영혼은 계속 살 것인가? 아니면, 신, 영혼, 운명은 다만 솔깃한 인지적 환영에 불과하며, 인간 뇌의 예외적 진화를 가지고 설명할 수 있는 것인가? 대자연은 우리가 이 어마어마한 책략에 곧이곧대로 속아 넘어가도록 하는 몇 가지 비결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진화를 통해 나타난 인지적 선입견들의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결과들이 객관적 실재를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결국 당신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런 결과들은 어쩌면 신이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당신 마음을 설계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혹은 당신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연선택 과정에서 유례없이 성공을 거둔 이런 장난에 붙들린 절망적 인질임을 인정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거기에 어떤 마음이라는 것이 없는데도 그토록 영리한 장난이 일어난다는 생각을 한다면, 이런 일을 일으킨 교묘한 재주에 대해 미소 지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우리는 신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고 믿지 않으면서도 이 신이라는 환영을 즐길 수도 있다.

어느 쪽이건 간에,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애초에 어떤 마음이 있어야 신의 마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결정적 요인은, 아마도 유일하게 본질적인 요인은 바로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 생각하는 능력이다.

자, 이제 계속 나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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